원·달러 환율은 나흘만에 1120원대를 회복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이틀연속 올라 990원대로 복귀했다.
캐나다가 지난 1일 미국 요구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영향을 줬다. 국내 증시는 물론 아시아 증시가 모두 휘청이면서 위험선호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장중 네고(달러매도) 물량이 꾸준했지만 오후장 말미에 네고물량이 끊기자 추가로 상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미중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고 전했다. 원·달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달 중순 미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결정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에 베팅하긴 어렵다고 봤다. 기존 박스권인 1110원에서 113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114.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21.0원까지 올랐다. 이 또한 전월 30일 1123.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저점은 1114.0원으로 장중 변동폭은 7.0원을 기록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7.77원 오른 993.22원을 보였다. 이는 지난달 27일 995.29원 이후 처음으로 990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역외환율은 찔끔 상승하는데 그쳤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12.5/1113.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0.1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오늘 아침 하웨이 CFO 체포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중국 증시가 급락했고 지수선물 하락세도 심했다. 위험자산선호 분위기가 약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했다”며 “가장 큰 이슈가 미중간 무역분쟁이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심리가 반영된 듯 싶다. 원·달러도 추가로 오를 수 있을 듯 하나 기존 박스권인 1110원에서 1130원 레벨의 중간 정도로 회귀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도 “전반적으로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강했다. 하웨이 관련 뉴스가 나오면서 아시아 증시가 많이 빠지면서 원·달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며 “한번 롱스탑이 나오며 오르다보니 네고물량도 있었지만 네고물량이 마무리된 장마감무렵엔 또 다시 급등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웨이도 그렇고 미중 무역협상에 미국이 강경파 대표를 내세웠다. 불협화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는 1110원과 1125원 내지 1130원 사이에서 오가는 관망세를 보일 것 같다. 12월 FOMC도 남아있어 방향성 트레이딩을 하기에는 애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위안화에 연동될 듯 싶다”고 예측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32엔(0.28%) 떨어진 112.82엔을, 유로·달러는 0.0007달러(0.06%) 오른 1.1333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26위안(0.37%) 오른 6.8807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2.62포인트(1.55%) 급락한 2068.69를, 코스닥은 22.74포인트(3.24%) 추락한 678.38을 기록했다. 중국 항셍지수는 765.87포인트(2.86%) 폭락한 2만6053.81을, 상해종합지수는 44.98포인트(1.70%) 하락한 2604.83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