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안을 확정하면서 내년부터 카드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수수료 수입이 1조 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어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 당장 카드 무이자 할부와 각종 캐시백 등 부가서비스 축소가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하지만,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줄이면 이는 소비자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과거 소송에서도 소비자가 승소한 바 있어 카드사는 ‘진퇴양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카드업계, 관련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이번 주 출범한다. 해당 TF는 주로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 축소 등 카드사의 비용 축소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다음 달 말까지 확정안을 발표한다.
문제는 카드 사용자와 카드사의 기존 계약관계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2011년 씨티은행은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관련 혜택을 임의대로 줄였다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패소했다. 또 2007년에는 옛 LG카드가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했다가 2심에서 졌다. 당시 법원은 “부가서비스는 카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므로 중요 계약 사항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하지만, 당장 비용을 줄여야 하는 카드사는 이미 카드 혜택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수수료 인하안 발표 직후 일부 카드는 기존 혜택 내용 갱신이 불가능하도록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말연시 각종 신용카드 할인 이벤트 등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현행 제도는 신용카드 약관은 발행 후 3년이 지나야 개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2016년 12월 개정돼 지난해부터 적용된 신용카드 약관 개정안에 따르면, ‘카드의 신규 출시 이후 출시 당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변경하지 않고 3년 이상 경과’ 또는 ‘현재의 부가서비스를 유지할 경우 해당 상품의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 짓고 있다. 카드사 휴업과 도산, 천재지변, 금융환경의 급변도 언급하고 있지만 직접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혜택이 아닌 ‘일회성 마케팅’ 축소만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카드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소비자가 일정 부분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카드사 부가서비스 규모는 약 6조 원이었지만 카드 연회비는 8000억 원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원칙을 놓고 부가서비스 축소에 다른 의견을 내놓을 것이란 의견도 나와 최종 결론 이전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나왔지만 정작 세부 내용은 빠져 있어 혼란만 더 커졌다”며 “내년 1월 최종 결정 전까지 금융당국과 TF 결정사항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