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 불황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경기 흐름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부합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3분기 GDP는 2분기와 같은 0.6% 증가(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다. 1분기(1.0%)와 비교하면 둔화가 뚜렷하다. 3분기에는 순수출이 GDP를 1.9%포인트(P) 끌어올렸으나, 내수가 마이너스 기여(-1.3%P)를 기록했다. 건설·설비투자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였다. 여기에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물가는 상승세다. 한은이 집계하는 GDP디플레이터는 오름폭이 크게 축소됐으나,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산물 등 구입 빈도와 가격변동 민감도가 큰 항목을 중심으로 상승세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오르며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업제품 오름폭은 축소됐으나, 농산물이 14.4% 올랐다.
단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최근 확대됐으나 누계로는 1% 중반에 머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려면 원칙적으로 성장률이 멈추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생활물가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의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했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다. GDP가 아닌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일부 소득계층에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2분기에 하위 50%의 명목소득이 후퇴했고 3분기에도 1~2분위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신선식품을 비롯한 밥상물가는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라고는 하나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그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GDP가 다수의 가계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데, GDP만 가지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맞다, 아니다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