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의료자문제도 투명화 등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발됐다. 개별 사안별로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견해차가 큰 데다 여야 간 이견까지 겹치면서 정무위원회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두 사안 모두 보험 소비자의 보험금 지급과 직접 관련된 만큼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해당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달 30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해당 법안들은 정무위도 통과하지 못해 논의만 계속하고 있다. 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의료자문제도 개편이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견해차가 커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의료자문제도 개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거부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때 그 근거를 제시하고, 현재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진료를 직접 면담 후 심사하도록 명시했다. 지난해 의료자문 의뢰 시 보험금 미지급 비율은 49%(약 4만 건)에 달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며 법안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자문제도와 관련해 보험업계가 민간 의료 자문단 조성을 추진하는 데 대해 “최소한 환자를 대면해서 진료하고, 그런데도 (보험금 지급) 조율이 안 되면 세칙에 따라서 제3 의료기관에 가서 조언 받으면 된다”며 “협회에서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개별 보험사가 아닌 공동 자문단의 의견은 객관적인 만큼 공신력을 갖출 것이란 입장이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도 해묵은 숙제다. 지난달 27일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토론회에서 서울대 나종연 교수는 “1인당 실손보험 미청구 금액은 33만 원으로 이들이 청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소액이라는 이유가 90%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보험업계는 간소화에 동의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업무 가중과 지식재산권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환자 간의 계약문제이고 의료기관은 제삼자”라며 “의료기관이 서류전송을 맡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규제이자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자문제도와 실손보험 청구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의료자문제도 악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저히 검토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법안 개정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이달 국회 일정이 예산안 문제 등과 얽혀 언제 재개될지 몰라 연내는 물론, 내년 상반기에도 통과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