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9) 씨가 처음 빚의 굴레에 빠진 건 학자금 대출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 김 씨에게 대부업체 광고는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전화 한 통이면 대출 가능.” 그렇게 김 씨는 대부업체에 발을 들였고, 이른바 ‘돌려막기’ 늪에 빠졌다. 고금리를 버티기 어려웠던 김 씨는 다른 대부업체에서 추가로 돈을 빌렸다. 썩은 동아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그는 2월 법원에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사람 10명 중 2명은 1년 안에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안에는 10명 중 4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가 신용을 회복하지 못했다. 취약차주를 위한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하고, 급전을 빌려주기보다 근본적인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채무불이행자로 신용정보원에 등록되고 신용등급도 7등급 이하로 하락된다.▶관련기사 4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2014년 기준 대부업 대출을 받은 사람 152만5000명을 대상으로 중도탈락률을 조사한 결과 1년 안에 채무불이행자가 될 가능성은 24%에 달했다. 2년 안에는 34%, 3년 안에는 40%로 늘어났다. 3년 만에 사실상 절반가량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셈이다. 은행 개인 신용대출 부실률이 0.3~0.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가 발생했다. 금감원이 대부업 이용자의 중도탈락률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대부업은 주로 신용등급 7~10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 보통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연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이 막히면 제2금융권과 대부업을 찾는다.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거시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분석 결과 다른 금융기관 대출 없이 대부업만 이용할 확률은 6.8%에 불과했다.
대부업은 정책서민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외자들에게 돈을 빌려줘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 없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인공호흡기를 대 급한 불만 꺼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채무조정 없이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제 배불리기’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은 명과 암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금융소외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한계치에 있는 사람을 끝까지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