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잇따라 항공사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한 ‘항공산업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 개선안은 항공산업 발전 보다는 모호한 기준과 과잉 규제로 항공업을 옥죄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개선방안에 따르면, 우선 독점 노선 대상 평가를 통해 운수권 회수 및 재배분을 할 수 있다. 이는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따른다. 대부분 장거리 노선의 경우, 운영 가능한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FSC)로 국한돼 있어, 회수된 운수권이 자칫 외항사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는 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외항사가 돈버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배분된 운수권에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소급 입법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항공업 특성상 운항 스케줄이 탄력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제시된 ‘노선별 최대 연간 40주 운항 의무기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비수기에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텅텅 빈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을 잣대로 삼은 규제도 문제다. “항공사 임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최대 2년간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사회적 물의’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폭행, 배임·횡령, 일감몰아주기, 조세포탈 등이 언급됐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해 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판단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원이 의도치 않은 사고에 연루됐을 경우에도 신규노선 배분을 못 받는 격”이라며 “이렇게 되면 털어서 먼지 안나는 대상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항공사 임원 자격 박탈’이 위헌·위법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 2014년 4월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임원이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 법인 건설업 등록을 말소토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판결된 사례가 있다.
‘그룹 내 계열 항공사 간 등기임원 겸직 금지’ 대목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떤 직군이든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없었으며, 항공사가 아닌 다른 산업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게다가 사법기관에서 판단을 하고 처벌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토부에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는 것은 초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동안 논란이 됐던 ‘외국인 임원 채용’ 관련, 현행 항공법 내 상충되는 법 조항에 대한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개선안이 나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실제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 1항 5호’에는 외국인이 대표자거나, 임원 수의 2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일 경우 면허를 내주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럴 경우에는 등기임원의 절반 미만은 외국인이어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항공안전법 10조 1항 1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에게는 면허를 줄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모순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개선안이 항공 안전을 위한 방안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드러난 국토부 관리감독의 허술함을 덮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존하는 항공관련 법으로도 충분히 모든 상황을 제재할 수 있음에도, 과도한 규제를 신설했다는 것은 국토부의 불리한 상황과 귀책을 항공사에게 전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7월 불거졌던 외국인 임원 재직 논란에 앞서, 국토부는 과거 외국인 등기 임원을 승인했을 뿐 아니라, 재직한 사실을 걸러내지도 못했다.
또 다른 항공사는 “규제 만으로 항공안전을 담보하겠다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면서 “오히려 자국 항공사를 보고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해외사례와 대조된다”라고 지적했다.이어 “우리나라 항공사는 과도한 규제 아래 자율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모든 경영의 A~Z까지 국토부가 하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개정안 외에도 △취득세·재산세 감면 △부품 관세 감면 혜택 등이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어서, 지원책은 사라지고, 규제만 늘어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