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경상소득에서 경상조세, 사회비용,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값이다. 소득이 얼마나 늘었느냐와는 별개로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먼저 가구 경상소득(명목)은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한 차례도 감소한 적이 없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경상소득도 2017년 3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증가세다. 올해엔 공공요금 상승 억제에 따른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실질 경상소득 증가율이 1분기 6.1%, 2분기 4.7%, 3분기 4.0%를 기록했다.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4분기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버는 돈은 늘어나는데 쓸 돈은 줄어드는 아이러니다.
최근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비소비지출 증가다. 지난해 4분기 10.9%, 올해 1분기 17.7%, 2분기 14.7%, 3분기 21.4%의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에는 경상조세 증가율이 매 분기 20%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엔 가구 간 이전지출이 평소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전에는 비소비지출이 0%대 증가나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경상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서 실질 경상소득이 줄어 처분가능소득도 함께 줄었다.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비심리 및 내수와 직결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월별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전년 동월 대비)했다. 11월 들어선 하락 폭이 14.3%로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가계소득 증대로 소비를 진작시켜 내수를 부양한다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들이 힘을 못 쓰는 양상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물가나 비소비지출을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명목임금이 오르고 가구 내 취업자가 늘면 가처분소득은 는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비용들을 상쇄할 만큼 명목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경기 부진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