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26일 “철도 공동조사는 금주 중 하자고 북에 요청한 상태”라며 “도로는 북측에서 고속도로 신설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 도로조사를 하자는 우리 측 주장과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도로공동연구조사단은 올해 8월 13일과 11월 12일 북한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두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동해선 도로 현지 공동조사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2차 회의에서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지조사와 관련해 조사구간과 방식을 중점적으로 협의했으나 추후 더 논의하기로 했다. 또 올해 8월 진행한 경의선 현지조사 결과를 놓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직접 만나기보다는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만큼 남북 간의 견해차가 크다는 방증이다. 북측은 동해선에 고속도로 신설을 전제로 공동조사에 들어가자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기존 도로를 조사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북이 고속도로 신설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 개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원산 갈마비행장과 마식령스키장 등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크게 노후화돼 개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남북 공동도로 조사를 빌미로 아예 원산~금강산 관광특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신설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그러나 기존 도로를 조사하는 것과 고속도로 신설을 위해 도로 조사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고속도로 신설에는 대규모 투자 등이 필요해 우리 측은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미국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이 도로·철도 조사를 병행하려는 계획은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어렵지만 향후 북미 관계에 따라 상황이 급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