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갚을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은 채권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내용적 측면에서도 선진국형으로 한단계 레벨업하는 분위기다. 외국인(비거주자)의 국내투자보다 내국인(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늘면서 대외투자에서 외국인투자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순국제투자)은 사상 처음으로 3400억달러(382조원)를 돌파했다.
또, 단기외채 비중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년3개월(13분기)만에 가장 높았다.
대외투자를 의미하는 대외금융자산도 332억달러 증가한 1조5279억달러로 역시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해외직접투자 중 지분증권 투자가 103억달러 늘었다. 이는 8월초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독일 스타트업 회사인 그로버(Grover)에 3700만유로(483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기업의 직접투자가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증시 호조 등에 힘입어 증권투자도 196억달러 증가했다. 실제 3분기(7~9월)중 미국과 브라질 증시는 각각 9%씩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135억달러 늘어난 1조1871억달러로 1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분기엔 1조2188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보인 바 있다. 이는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과 국내 주가 상승 등에 투자를 늘린 때문이다. 채권투자를 의미하는 부채성증권(88억달러)을 가장 많이 늘렸다. 3분기 중 국내증시는 0.7% 상승했고, 원화가치는 0.8% 절상됐었다.
양호석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면 순대외금융자산도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면서도 “민간부문의 해외자산이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패턴이 선진국형을 닮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채권국 지위 초기 저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울며겨자먹기식 해외투자가 늘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편 대외채권은 162억달러 증가한 9117억달러를, 대외채무는 90억달러 늘어난 449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단기외채는 30억달러 늘어난 1281억달러를 나타냈다. 외환보유고를 의미하는 준비자산은 27억달러 증가한 4030억달러를 보였다.
여기서 대외채권과 채무란 대외금융자산 및 부채에서 지분투자와 주식·펀드, 파생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확정 금융자산 및 부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총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비중은 28.5%로 직전분기 대비 0.1%포인트 늘었다. 이는 또 지난해 3분기(29.0%) 이후 1년(4분기)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31.8%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32.2%) 이후 3년3개월(13분기)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양 팀장은 “2015년 이후 횡보 추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