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재산정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인하 폭에 따라 ‘곳간’ 사정이 달라지는 만큼, 새해 사업계획을 일단 접고 발표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카드사 관계자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일정과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당정 조율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적격비용(원가)을 반영한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가 이달 중순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수수료 인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카드사들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정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등 소상공인 단체 20여 개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 투쟁본부’는 최근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기업 가맹점에 편중된 포인트 적립,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 비용 전반은 원가(적격비용)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카드사 종사자들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열고 “카드 수수료가 중소상공인, 대기업 가맹점 구분 없이 일괄 인하되면 이는 카드사 노동자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재벌 가맹점에만 이익이 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수료 재산정의 핵심은 카드사 마케팅을 얼마나 줄이는가다. 감축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과 우대 구간 범위가 결정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줄일 수 있는 돈이 1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6조724억 원 가운데 일회성 마케팅 비용에 해당하는 기타마케팅 비용은 1조616억 원(17.5%)이다. 일회성 마케팅은 휴가나 졸업·입학 시즌에 일시적으로 주는 무이자 할부, 포인트 추가 적립 등을 말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마케팅비를 깎아 수수료를 인하하면 소비자 혜택이 줄거라고 주장한다.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여신협회는 올해 카드사 순이익이 1조6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들의 견해차가 워낙 커 당국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재산정 발표가 미뤄지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케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