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나온 독일과 일본, 중국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을 크게 고조시켰다.
독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연율로는 마이너스(-) 0.8% 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3년 반 만에 처음이다.
독일 경제가 휘청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0.7%로, 2013년 초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도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1.2%로, 2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2분기 3.0% 성장률에서 다시 후퇴한 것이다.
WSJ는 일본의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와 독일의 신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적용에 따른 생산 병목현상 등 일시적 요인이 양국의 마이너스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업인들과 전문가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2~4위 경제국인 중국과 일본, 독일 경제가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 중국은 부채를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과 미·중 무역 마찰이 맞물리면서 최근 수개월 간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나온 중국의 10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8.6%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경기둔화가 자동차를 비롯한 소비자 제품이나 부동산 매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 여파로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JP모건체이스가 집계한 세계 제조업 경기실사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활동은 2년 4개월 만에 가장 둔화했고 수출주문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본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불안한 모습에 고통을 느끼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이달 중국 국영기업 중국중신그룹(CITIC) 투자와 관련 약 1430억 엔(약 1조4229억 원)을 상각 처리하면서 미·중 무역 마찰 격화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두 수출을 중개했던 마루베니는 중국이 지난 7월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도입하면서 4~9월 식품 부문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했다.
독일의 물품 수출은 9월에 전년보다 1.2% 감소했으며 유럽연합(EU) 이외 국가들로의 수출 감소폭은 2.2%로 더 컸다.
이런 경기둔화는 지난 분기 연율 3.5%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와 대조적이다. 미국은 견실한 개인 소비와 막대한 정부 지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데이비드 조이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는 “미국이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여전히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인다”며 “그러나 세계 경제의 감속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CE)는 이날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3.6%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