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희망퇴직 대상이 12년 근속 상무급 이상이라며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2000여명의 추가 구조조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입니다.”
지엠 본사의 희망퇴직 결정으로 또 한번 혼란을 겪은 한국지엠 직원들의 불안감에 찬 하소연이다.
13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엠 본사는 근속 12년이 넘는 글로벌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엠 본사는 한국지엠 직원 중 12년 이상 근무한 상무급 이상에게 희망퇴직을 알리는 개인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일반 직원들은 “희망퇴직 대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구조조정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연구개발(R&D) 법인 분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사측이 2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기본계약서를 체결하기에 앞서 “2000여명이 추가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상황이라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 말 진행된 경영정상화를 위한 군산공장 폐쇄를 기점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지엠의 국내 철수에 대한 우려감은 깊어지고 있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한국 지엠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연속이었다.
이 처럼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에게 산은이 지난 8일 내놓은 해결 방안은 ‘3자 대화’였다. 법인분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사측, 이를 두고 한국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며 파업으로 맞서려는 노조측에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은이 내 놓은 단서는 “사측이 나오지 않고, 노조만 응해도 2자간 대화를 진행하겠다”였다. 하지만 사측이 오히려 “노조를 배제하고 2자 회담을 하자”고 역제안을 하자, 산은은 단호한 거절 보다는 “상부에 보고할 계획이니 기다려달라”는 명확한 답변을 한 상황이다. 결국 산은이 제안한 3자 대화는 무산됐으며, 산은과 사측에 대한 노조의 믿음은 또 한 번 깨졌다. 사실상 한국지엠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국내 5개 완성차회사 10월 판매실적 중 내수 판매실적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지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수판매 회복이지만, 군산공장 폐쇄 이후 불거지고 있는 한국 철수설과 법인 분리 추진,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