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종합적 가치를 나타내는 명목실효환율이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61개국 무역량을 감안해 7일 산출한 환율에 따르면 10월 말 달러화 명목실효환율지수는 128.51로, 플라자 합의가 있던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도 2002년 기록한 전고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달러화 강세 구도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강달러 배경에는 견실한 미국 경제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실질 경제성장률이 2.9%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카도마 가즈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0년을 둘러봐도 지금 ‘미국 1강’이 눈에 띄는 국면”이라며 “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 인기가 치솟으면서 최근 수개월간 달러·엔 환율은 110엔대 전반에서 차분하게 변동하고 있다.
그러나 가파른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위기를 고조시키고 미국 경제성장에도 제동을 걸 리스크가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흥국은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며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 세계은행(WB) 집계에서 올해 신흥국 27개국의 물가상승률은 4.2%로, 지난해 말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WB는 “인플레이션 가속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지난여름 신흥국 혼란 진원지였던 터키는 자국 통화인 리라화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달러화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의 쓰치다 요스케 연구원은 8월 터키 화폐공급량에서 차지하는 외화 예금 비중이 45.4%로, 전월보다 5%포인트 커졌다고 분석했다. 쓰치다 연구원은 “달러화 비중이 커지면 환율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경제활동에 미치는 미국 금리 영향이 강해 국내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기도 달러화 강세에 역풍이 불 수 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미국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강달러와 미국 금리 상승을 견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미국 정부 움직임에 따라 강달러 흐름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