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2019년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2020년 아시아국 중 거의 유일하게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9일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통화정책 행태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성장과 물가, 환율, 국내신용, 주택가격 등 변화에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추정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경기확장과 물가상승 국면에 금리인상을, 그 반대의 경우에 인하를 하면서 테일러준칙에 가깝게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과 대만, 말레이시아는 재량(discretion)에 가까운 통화정책을 운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들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운용체계가 통화량 목표 또는 명시적 중간목표가 없는 형태를 유지함에 따라 물가 이외의 정책 변수를 많이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은 대체로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 경기 진폭도 함께 축소되는 바람직한 거시정책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경기순응적(pro-cyclical)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고 봤다. 이에 따라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부득이 경기 위축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국가들은 2008년 이후 물가를 중시하는 통화정책을 운용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반됐다고 평했다. 이는 국가별 기초경제 여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즉 한국과 대만의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경상수지 흑자와 순대외자산 보유 등으로 자본유출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다. 결국 통화정책이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기초여건을 보유한 것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기대인플레가 안정되지 않은데다 경상수지 적자와 순대외부채 보유 등으로 자본유출입이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들 국가들은 자본유출시 경기 하락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환율 절하(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아시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과거 1~2년간의 내수확대와 고유가, 환율절하 등이 시차를 두고 국내 요소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2019년말까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물가상승 대응(필리핀, 인도네시아)과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한국, 태국, 대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또 미 연준이 내년말까지 총 3차례 3%까지 금리를 인상한 후 2020년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2020년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2020년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2019년부터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수준 이하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도 목표 수준을 밑돌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권영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불균형에 대응해 한은은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라면서도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완료되고 한국 가계부문 금융불균형 우려가 불식되는 2020년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