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았다.”
한국 사회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서 검사는 최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 검사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꺼린다”며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정한 프레임으로 피해자를 바라보는데,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고 말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서기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서 피해자에게 탓을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원의 태도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며 “재판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피해자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더는 피해자가 억울한 피해를 당했음에도 말을 못하고 가해자를 상대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행사를 하는 것조차 고민하고 주저하게 하는 이른바 ‘2차 가해’의 만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 형사공판은 이달 1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 검사 측은 이날 공판을 토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다. 형사공판에 대해서도 피해자 열람복사 신청권, 의견진술권 등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계획이다. 서 변호사는 “이 형사공판은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그날 방청하면서 소송전략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자료를 1억 원으로 책정한 것에 대해서는 법원 실무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안태근 피고가 반성하고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 청구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지현 검사 측은 앞으로 가짜뉴스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검사는 “기자회견, 간담회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분도 많이 계신다”며 “검찰에서도 수사결과 발표할 때 (허위사실 유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에서 그들을 고발했기 때문에 굳이 동료 검사들까지 고발하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6개월이 다 되도록 고발인 진술을 안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차후 분위기 보면서 변호사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