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에서 경제는 ‘정치’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전 세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경기침체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이란을 상대로 ‘딴죽 정치’를 펼치면서, 국제사회는 질서 변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읽으려 애쓰고 있다.
미국이 6월 중국에 무역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 갈등은 끝장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급부상하는 중국을 기선 제압하려는 의도를 품었을지 모르나, 중국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은 대미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더 크기 때문에 단순 보복 관세로 대항하는 데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고, 미국산 제품의 불매 운동을 촉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쓰이는 희토류 광물 등 필수 제품의 수출을 보류해 생산 자체를 방해할 위험도 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에 매긴 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올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리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신흥국의 외국 자본 유출을 부추겨 9월 터키 상황 같은 금융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이 5월 이란핵협정을 파기하면서 중동 지역과 수많은 석유 수입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 파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산 석유 수출에 제재를 걸자, 이란은 지역 석유 교역망을 뒤흔들어 맞서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이러면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국과 미국 자신에게 돌아가게 된다. 연준이 긴축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까지 치솟으면 세계 경기 침체는 더 빨리 올 수 있다.
경제 데이터는 대체로 합리적인 경로와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변동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역동성은 예측할 수 없고 양 국가 간 자존심을 건 ‘치킨게임’으로 비화해 오랜 기간 교착할 위험이 크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을 손쉽게 얻어냈다. 이란과 중국은 이들 국가와는 또 다르다. 어느 쪽도 미국 요구를 그리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두 국가 모두 미국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
포퓰리즘의 부상,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적 시각, 그리고 국경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넥스트 리세션’, 다음에 올 경기 대위기는 이러한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현실화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