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향후 수년 안에 10여 년 전 금융위기 이후 첫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 등 미국의 경기부양책 약발이 사라지고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세계적인 무역 긴장이 지속하면서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 움직임과 신흥국 위기, 지정학적 불안도 경기침체를 유발할 위험요소로 꼽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초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의 경기부양책 약발이 2020년까지 완전히 소멸하고 연방정부가 막대한 재정수지 적자를 안게 되면서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 세계적인 무역 갈등은 글로벌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과의 대립 등 지정학적 악재도 상존해 2020년 전 세계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 경기침체가 2020년 여름에 가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가 완전고용을 통과한 후 경기침체 이르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며 “미국 실업률은 2017년 여름 (완전고용 기준인) 4.5% 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는 2020년 여름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완전고용에 이르면 기업들이 임금인상 압박을 받으면서 인플레이션도 가속화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연준의 긴축 기조를 유발, 장기금리가 오르게 된다. 올해 시장 혼란도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
연준이 지금처럼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이 위기를 겪게 된다. 이미 올여름 강달러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우후죽순처럼 떨어지면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은 현재 구매력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9%를 차지해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당시의 43%보다 비중이 아주 커졌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신흥국이 위기에 빠지면 미국 경제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고 중국이 무역 전쟁은 물론 과잉공급 제한과 부채 감축 등으로 급격한 경기둔화에 빠지면 세계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앞으로 수년 안에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 이상으로 치솟아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증시 폭락을 유발해 미국 가계자산이 약 8조 달러(약 9120조 원)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르면 2020년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낮출 여지가 없으며 미국 연간 재정적자도 1조 달러에 달하는 등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다음 경기침체는 더욱 오래 갈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