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연계한 사업 전략을 구상한 한동우 한국투자신탁운용 아시아비즈니스팀 부장을 1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나 펀드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일본 전문가’로 통하는 한 부장은 지주 전략기획실(당시 투자전략실)에 근무하던 2013년부터 일본 진출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는 “일본이 단일 국가 기준 베트남 공적개발원조(ODA) 1위라는 점에서 리테일 상품으로 잘 설계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베트남 펀드는 일본 현지에도 5~6개가 있었지만 우리처럼 베트남 현지에 사무소를 차려 직접 인력을 두고 급변하는 시황에 대응하는 곳은 없어 경쟁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자산운용사와 판매채널을 찾는 것이었다. 한 부장은 “일본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성향으로 인해 신흥국(베트남)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함께 운용할 만한 자산운용사를 찾는 게 매우 힘들었다”며 일본을 수없이 방문하던 시절을 회고했다.
인고 끝에 동경해상자산운용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노무라증권을 통해 일본판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인 ‘동경해상베트남주식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17일 기준 설정액 356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1조 원 이상 대형 펀드가 즐비한 일본 시장에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 운용사로서 의미 있는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반대로 일본에서 역으로 수입해 온 펀드 상품도 있다. 한국투신운용이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펀드슈퍼마켓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일본4차산업펀드’가 대표적이다. 일본 미즈호 금융그룹 계열 AMOne사가 운용하는 모태 펀드는 ‘미래변혁펀드’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공학기술, 의료기기 전문 기업들의 주식에 선별 투자한다. 다만 옛날 일본 증시 하락으로 인한 투자손실 트라우마와 한일 양국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펀드의 국내 설정액은 17일 패밀리클래스 합산 기준 34억 원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도 한 부장은 비즈니스 무대를 일본에서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로 확장할 계획이다. 대상 상품도 부동산, 대체투자부터 주식까지 경계가 없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 쪽에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며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이 한국 부동산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동남아나 일본의 주식이나 채권 등 수익률 좋은 상품이라면 적극 발굴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