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에 인생이 ‘달팽이 뿔’ 위에서 살고, ‘부싯돌 불’에 맡긴 처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거이의 답은 이렇다. “수부수빈차환락 불개구소시치인(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癡人).” “부자면 부자인 대로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즐겁게 살아야 하리, 입을 열어 웃지 않는 사람이 바로 어리석은 사람이라네.” 모든 동물 중에서 사람만의 특권인 웃을 수 있는 입을 두고서도 웃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는 것이다.
입의 주요 작용은 네 가지이다. 먹기, 말하기, 웃기, 울기. 먹기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한다. 동물들끼리도 그들만의 소리로 서로 통한다고 하니 동물도 말을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떤 동물도 하지 못하는데 오직 사람의 입만이 할 수 있는 작용은 ‘웃기’와 ‘울기’이다. 하늘이 인류에게만 내려준 두 가지 입의 기능, 즉 웃기와 울기 중에서 웃기 기능을 많이 사용하면 행복하고 울기 기능을 많이 사용하면 불행하다.
웃기와 울기, 입의 두 기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스스로 택해야 한다. 무엇을 택해야 할까? 당연히 웃음을 택해야 행복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충분히 웃음을 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웃음이 아닌 분노에 찬 고함을 터뜨리는 입과, 멸시로 가득한 삐쭉거림의 입과, 미움으로 가득한 꼭 다문 입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인간의 이런 행태를 보며 백거이는 ‘치인(癡人, 癡:어리석을 치)’, 즉 바보라고 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물론 힘든 일이 많다. 유난히 내게 힘든 일이 많이 닥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만날 찡그리고 울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찡그리고 운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웃어야 어려운 일이 해결된다.
입의 기능 중에서 ‘웃기’ 기능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실컷 웃을 수 있는 입을 가지고서 나는 왜 웃지 못하는지 반성하면서 깨달아야 한다. 나 말고 누가 나를 괴롭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