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현지시간) 의회에 유럽연합(EU), 영국, 일본과 별도의 무역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을 공식 통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 등 의회 지도자들에게 통지서를 보냈다. 미국 정부는 무역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아울러 무역협상 개시 30일 전까지는 의회와 논의해 구체적인 협상 항목을 제시해 공표해야 한다. 이에 EU, 일본 등과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영국과는 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후에 새 무역협정 협상에 들어간다.
통지서는 협상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을 달성하고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해 미국이 일본과의 상품 교역에서 689억 달러(약 77조 원)의 적자를 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자동차와 농산물, 서비스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 수출업자들은 수십 년간 다양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직면했다”며 “이는 만성적인 대일본 무역 불균형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무역협정을 물품무역협정(TAG)으로 부르고 있다. 양측은 새 무역협상 진행 중에는 미국이 추가 자동차 관세를 보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이 교역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에 대해 “새 무역협상을 시작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영국의 지난해 상품·서비스 무역 규모는 2300억 달러였으며 미국은 소폭의 흑자를 냈다.
FT는 EU 등과 공식적으로 무역협상을 시작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들과의 무역 관계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고 중국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내내 계속된 지루한 협상 끝에 지난달 말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협정(USMCA)’ 타결에 성공했다. 새 협정은 나프타의 완전한 붕괴라는 리스크를 제거했지만 환율 조항 등 무역을 제한하는 몇 가지 조치가 포함돼 있어 기업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