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1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목적으로, 재무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SK증권은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2.51% 급락한 788원으로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다. SK증권은 이날 장 초반 791원까지 떨어져 52주 신고가를 터치했으며 이후 낙폭이 확대돼 788원으로 마감,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을 제외해고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8일에는 '동전주'가 됐다.
지난주 공시된 유상증자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SK증권은 12일 장 마감 후 운영자금 110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중 800억 원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되고 나머지 300억 원어치는 새 대주주인 J&W파트너스를 상대로 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3자 배정 유상증자는 10월 중에,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12월 중에 완료될 계획이다. SK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연내 1100억 원의 자금을 조달, 해당 자금을 순자본비율 제고, 운영자금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1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영업기반의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1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이후에도 다른 증권사에 비해 여전히 자본규모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작은 데다, 지난 7월 대주주 변경된 이후 사업 전략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신평은 SK증권의 장기신용등급으로 'A-/안정적(후순위)', 단기신용등급으로는 'A2+'를 부여하고 있다.
김영훈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이번 유증으로 SK증권의 순자본비율이 지난 6월 말 225.7%에서 281.6%로 개선되고 확보한 운영자금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유상증자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K증권 최근 5년간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하면서 자기자본규모가 2013년 6월 말(4252억 원)에서 올해 6월 말(4395억 원)까지 3.4% 성장하는 데 그쳤다"면서 "반면 한국신용평가가 등급을 보유한 A급 증권사는 평균 21.7% 자본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유증에 따른 자본증가를 반영하면 SK증권의 자본성장률도 29.2%로 자본확충에 있어 업계 평균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본 및 수익창출능력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소위 'A급'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의 증자 규모로는 투자 및 위험인수여력이 한정적이라 수익기반 확대 여지도 작아서 이번 유증이 SK증권의 시장지위와 사업안정성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주주 변경 이후 사업전략에 대한 우려도 있다. SK증권의 지난 상반기 영업순수익 시장점유율은 1.4%로 증권업계 중위권이다. 하지만 J&W파트너스 비아이지유한회사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 계열물량이 줄어들고 SK그룹 명성에 기반한 영업력도 약해져 사업안정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기매매, 투자은행(IB)을 전업으로 하는 일부 기업을 빼면 증권사들은 종합증권사를 지향하고 있지만,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시장지위가 높아 중소형 종합증권사의 영업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앞으로 SK증권의 최대주주인 제이앤더블유 비아이지유한회사의 사업전략과 자본활용 방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