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신흥국의 불안에도 올해 강세장을 이어갔던 미국 증시 독주 체제 종료가 임박했다고 1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전날 미국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3~4% 급락하면서 ‘검은 수요일’이 연출됐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과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계기로 지금까지 기술주를 대량으로 사들이던 펀드 세력이 매도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미국 주가 상승을 지지했던 것은 견실한 경제 성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도 투자심리를 약화하고 있다.
미국 채권 운용 대기업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에 “먼 어둠 속에서 빙산이 갑자기 나타나 전속력으로 나아가던 타이타닉과 충돌하는 형국”이라며 “미국 경제는 멀리 2020년에 발생할 재정적 곤란에 접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과열을 억제하고자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경기가 절벽으로 돌진하게 될지 모른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시장도 그에 대한 평가가 곱지 않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미국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애틀랜틱 페스티벌 기간 PBS방송에 출연해 “중립금리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경제호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발언이지만 시장은 긴축 가속화 공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조쉬 나이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선행적인 힌트를 줄이는 대신 데이터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주 파월 의장이 2월 취임하고 나서 발언을 할 때마다 미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약 1515조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국 CNBC방송의 경제평론가인 짐 크레머는 전날 파월 의장이 지난주의 금리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파월 의장은 단지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며 “그러면 증시가 다시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혼란을 초래한 파월 의장이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미국 시장은 외부 불확실성에도 직면했다. 미·중 무역 마찰 속에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3.7%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