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수면 마취 상태에서 회복 중인 환자에게 '베카론'이라는 전신마취제를 또 투여한 의료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9일 MBC 보도에 따르면 5년 전 집 근처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심 모(48) 씨는 의료진의 실수로 수면마취 상태에서 전신마취제를 또 투여받았고, 바로 의식을 잃은 뒤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당시 담당 의사가 투여한 '베카론'은 인공호흡기 없이 사용할 수 없는 강력한 전신마취제로 알려져 있다. 담당 의사는 MBC와의 통화에서 "실수로 처방이 나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술실에서 쓰는 전신마취제 '베카론'을 건강검진을 받는 환자에게 주사한 부분과 전문의라는 의사가 '베카론'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베카론'은 인체에 주입되면 신경전달물질을 방해하며 근육 이완과 수축을 막는다. 이 과정에서 약물은 체내 근육을 완전히 마비시키기 때문에 주로 외과수술 시 전신마취를 할 때 쓰인다. 호흡곤란 증상이 있거나 천식, 고혈압, 기도폐색, 고령자, 신생아 대상에게 투여할 때 신중해야 하며, 이 밖에도 신부전 환자나 저체온증 환자에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위험성 약물이다.
황당한 점은 보건당국이 이런 의료사고를 일으킨 병원을 우수건강검진 기관으로 선정했다는 것. 2년 전, 의료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에 보고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이마저도 법 시행 이전 사고에는 적용이 되지 않아 당국은 의료사고 자체를 몰랐다.
한편, 피해자 가족은 2년의 소송 끝에 올해 7월 1심에서 9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병원 측은 배상액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