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해마다 단골 증인으로 출석했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취를 감췄다. 당초 은행권 채용 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등의 이슈로 증인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증인 명단에서 줄줄이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의원의 문책도, CEO의 대답도 없는 ‘공허한’ 국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일 공개한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보면 시중은행 CEO의 이름은 없다. 채용 때 일부 지원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시중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등은 모두 제외됐다. 금리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거둔 것으로 조사된 은행의 수장도 마찬가지다.
애초 의원별 증인 신청 명단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간사단 협의에서 여러 이유로 제외됐다. 정무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한 금융권 회장을 지속해서 요청했는데 끝내 제외됐다”고 말할 정도로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정무위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증인·참고인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인으로 요청된 CEO 중에는 이미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된 이들도 있어 말끔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결과는 오히려 ‘짬짬이’ 의혹만 낳는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장이 망신당하기 때문에 증인 안 오는 대신 협찬해주고 그러기도 한다”며 “국감 시즌이면 은행권 CEO는 공교롭게 해외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정확히 국감이 시작되는 10일부터 은행권 회장은 IMF 총회를 참석하기 위해 인도 출장에 나선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를 제외하고 이번 국정감사 금융권 증인으로는 노태석 금융위원회 정책자문관과 김정민 KB부동산신탁 사장이 유일하다. 낙하산 인사와 금융권 채용비리 관련한 증인으로 뽑혔지만, 현재 현안의 심각성에 비해 감사 대상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이 허위의 증언을 하게 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올 경우 현재 각종 의혹과 관련해 은행권 수장들의 솔직한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매번 국정감사에서 증인이 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쟁점인 이유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민간기업의 CEO를 부르는 것에 대한 비판은 있다. 개별 회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국정감사 취지에 더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무위 야당 쪽 한 3선 위원은 “(은행권 CEO 증인 제외에 대해) 개별 은행의 문제를 가지고 국정감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책적으로 따져야 하는 문제가 많으므로 금융위나 금감원의 증인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