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기업이 재감사를 받을 때 평균적으로 최초 감사의 약 3배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의 경우 최고 11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9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7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본감사 때와 동일한 회계법인의 재감사를 받은 22개 상장사(코스피 3곳·코스닥 19곳)가 부담한 재감사 비용은 본감사 때보다 평균 180.5%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용에는 올해부터 외부 회계감사에 도입된 디지털 포렌식(각종 저장 매체와 인터넷상의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조사기법) 등 감사인이 제3자와 체결한 용역보수는 빠져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2016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트루윈은 재감사 때의 비용이 4억5000만 원을 부담했다. 본감사 비용(4200만 원)의 10.7배에 달했다. 코스닥 기업인 디에스케이의 경우 본감사 비용으로 1억7000만 원을 부담했는데, 2017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한 재감사 비용으로 8억9700만 원을 투입했다. 본감사 비용의 5.4배를 더 부담한 것이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성지건설은 재감사 비용이 7억 원으로 본감사 비용의 4.7배였고, 세화아이엠씨는 재감사 비용으로 16억 원으로 본감사 비용의 4.5배를 더 내야했다. 본감사보다 재감사가 비용이 적게 든 업체는 22개사 중 2곳뿐이었다.
감사보고서에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가 높은 비용 부담에도 재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상장폐지 리스크 때문이다. 일단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게 되면 최초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으로부터 재감사를 받아야 하고 재감사에서도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스닥 기업 등은 "재감사 비용이 본감사의 몇 배에 달해도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며 현행 재감사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재감사 비용이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상식을 뛰어넘는 비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회계업계는 재감사가 본감사보다 더 많은 인원과 시간을 들여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해야 하므로 본감사보다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