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사람들에게 기계에 대한 두려움만 주지 않았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사고하는 AI가 우리 일상생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렸다. 또한 다른 나라들이 AI를 미래산업으로 일찌감치 주목하는 현실을 자각했다.
◇ AI 일찍부터 주목한 해외 기업 = 해외 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AI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는 IBM이다. AI에 일찍이 관심을 보인 IBM은 2011년 인지컴퓨팅 플랫폼인 왓슨을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 선보였다. 2014년엔 왓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전담하는 조직인 왓슨 그룹을 만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IBM은 이 조직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다른 해외 기업들도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2001년부터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 연구개발에 지금까지 33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당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도 구글이 2014년에 인수한 업체다. 애플은 2011년 AI 기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를 선보이며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2012년 스마트폰용 AI 서비스 ‘구글나우’를 공개한 구글보다 먼저 AI비서를 개발했다.
그 외에도 아마존은 2014년 ‘알렉사’를 내놓으며 AI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알렉사가 장착된 에코라는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를 통해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LG 또한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발표했다. 지난달엔 캐나다 토론토에 처음으로 인공지능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장기적으로는 AI 적용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삼성, LG 외에 다른 기업도 AI 투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6년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AI 관련 인력을 1500명 이상 채용했고, 카카오는 작년 AI 대응 전담 자회사 카카오 브레인을 설립하는 등 AI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AI를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AI 발전 위해 규제 완화 필요” = 국내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여러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AI 연구에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인재 영입이 필수”라며 “다만 해외에서 유명 연구자를 영입할 때 호봉제와 같은 기업 문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AI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AI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사회에선 데이터가 어느 정도 공유되는가가 핵심”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정부 위주로 관리될 뿐, 규제로 민간끼리 공유가 잘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A I산업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