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정치적 요인이다. 미국은 멕시코와 8월 말에 협상을 끝내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이 일정에는 12월에 새로 취임하는 멕시코 야당 출신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중요한 정치적 사항은 11월 6일의 미국 중간선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NAFTA를 “최악의 협정”이라 규정하고 “당선되면 이를 폐기하고 새 협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의 3국 합의로 이런 공약을 지킨 셈이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한다는 ‘미국 첫째’ 공약을 반영하듯 새 협정의 이름 USMCA에는 미국(US)이 맨 처음에 나온다.
두 번째, 경제적 효과이다. 2017년 미국의 캐나다, 멕시코와의 수출·입 무역 규모는 각각 5800억, 5600억 달러로, 중국(6400억 달러)에 이은 2, 3위를 기록했다. 4위인 일본의 2000억 달러와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3국 간의 새 협정을 발표하면서 “미국으로 일자리와 현금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새 협정에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 근로자를 위해 신설된 내용도 있다.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완성차의 일정 부분(2023년 40%) 이상이 시급 16달러 이상인 곳에서 만들어져야 원산지를 역내(域內)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나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임금이 이 기준의 약 3분의 1 수준인 멕시코로 밀려오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협정은 기존 내용과 대동소이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미국이 자국에 대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에 부과한 쿼터는 현재의 수출 물량보다 많게 설정돼 있어 조만간 두 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새 협정의 효과는 새로운 협정 없이 NAFTA가 폐기되었을 때 발생했을 엄청난 충격을 막았다는 정도이다.
제조업 분야 기업의 경우 어디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중요한 결정이다. 북미 3국뿐만 아니라 이들 시장에 상품을 팔려는 여러 나라의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NAFTA를 얼개 삼아 북미지역에 진출해 생산 및 물류망을 구축했다. 그런데 만약 대안 없이 NAFTA가 파기되었다면 혼란과 불확실성 급증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3국의 득실보다 새 협정이 합의됐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세 번째, 미국의 큰 통상정책의 향방에 대한 시사점이다. 2017년 기준 교역량 상위 3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각각 3760억 달러(중국), 170억 달러(캐나다), 710억 달러(멕시코)였다. 무역 적자를 상대국이 빼먹는 미국의 부(富)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두 나라와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지적하며 NAFTA 폐기를 주장했다. 그러니 두 나라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큰 중국과의 무역 적자는 무역전쟁을 정당화하는 가공할 만한 규모라고 본다. 이제 인근 국가와의 협상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새 협정에는 중국을 경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향후 협정 참여국이 ‘非시장경제’(중국을 지칭) 국가와 자유무역 협상을 하려면 다른 협정국에 미리 통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협정 체결 시 다른 나라들이 미리 그 협정문을 검토할 수 있으며, 협정이 체결되면 다른 나라는 6개월 내에 USMCA를 탈퇴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캐나다와 중국의 FTA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섭주의적 통상정책을 자제해온 미국이 국가 통제 경제 및 무역의 본산 중국 방식을 지향할 것임을 공포하는 의미가 있다.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