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아프리카는 공동운명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아프리카 53개국 정상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공동운명체는 ‘돈’으로 묶였다. 중국은 2006~2016년 약 10년간 아프리카에 약 1250억 달러(약 141조 원)를 대출하면서 대륙을 거의 사들일 기세로 돈을 붓고 있다. 최근 추가로 600억 달러(약 66조8000억 원)를 지원할 뜻도 밝혔다. 2009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무역 전쟁 속에서 중국이 ‘자유 무역’을 아무리 외쳐도 국가들은 정부 통제하의 중국 경제를 믿지 않는다. 이런 소외감을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저평가돼 있던 국가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여 타개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물리적 토대를 완성하는 다른 한 끝, 아프리카에 공들이고 있다. 우선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투자를 반기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 연설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로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빈곤 추방을 바란다”면서 “어떠한 정치적 이익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 추가로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3개국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대아프리카 투자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빚더미에 앉고 있다는 외부의 지적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일대일로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빚더미에 밀어넣어 신식민주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IMF에 따르면 5월 기준 사하라 사막 이남의 35개 아프리카 국가 중 15개 국가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먼 곳에 돈을 뿌렸다면, 가장 가까운 곳은 블록으로 묶고 있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해 아시아 16개국을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을 연내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국의 주 타깃이 돼 얻어 맞는 상태라, 그동안 마찰을 겪었던 일본과 관계 개선을 통해 국면을 타개해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RCEP는 전 세계 교역의 30%, 국내총생산(GDP)의 30%, 인구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교역량과 인구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중국을 중심으로 협정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나 홀로’ 길을 외치며 TPP도 탈퇴한 채 독주하는 미국과 맞서는 중국에 RCEP가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