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한 번 울리더니, 날씨 브리핑이 시작됐다.
“오늘 낮에는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우산을 챙겨 가세요.” 인공지능(AI) 스피커의 목소리와 함께 김 과장은 느릿느릿 일어섰다.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 깔끔한 정장을 추천해 드려요.” AI 스피커의 추천대로 옷을 입은 김 과장은 거울 대신 스피커에 달린 카메라를 쳐다봤다. “사진 찍어줘”라고 하자, AI 스피커는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핏(Fit)과 색상, 스타일링, 트렌드를 기반으로 스타일까지 체크한다. “다른 옷을 한번 입어 보시죠.” 김 과장은 패션 미숙아임을 자책하며 옷장에서 다른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2020년 10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솔로인 김 과장의 하루는 AI 스피커와 함께 시작된다. 2~3년 전부터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한 AI 스피커는 2020년 현재 대부분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제품이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업그레이드된 AI 성능을 과시한다. 초기에는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날씨를 묻기 전에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려주거나 사용자의 검색 정보 등을 활용해 주변에 좋아할 만한 식당을 제안하는 등 능동적으로 바뀌었다.
김 과장은 바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밖으로 나갔다. 요즘 스마트폰은 ‘폴더블’이 대세다. 평소에는 접어서 다니면 휴대하기 편리하고, 펼치면 태블릿 못지않은 대형 화면이 나온다. 2018년 말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처음 폴더블폰을 내놨는데, 2020년인 지금은 인기 제품이 됐다. 눈치를 보던 애플도 폴더블 시장에 참전했다. 올해부터는 팔에 돌돌 말아 두를 수 있는 ‘롤러블’ 스마트폰도 나온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김 과장은 차에 올라 자율주행 모드를 켰다. 자율주행차가 아직 일상화되진 않았지만, 얼리어답터인 김 과장은 올 초 자율주행차를 샀다. 기계가 운전하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친구들이 핀잔을 주면 김 과장은 이렇게 대응한다. “몇 십 년 후에는 ‘어떻게 옛날엔 사람이 운전했을까’라고 할걸?” 미리 설정해둔 내비게이션 정보대로 자율 운행되는 자동차가 김 과장 사무실이 위치한 20층짜리 건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전화가 오자 홀로그램으로 운행 정보가 표시되는 앞 유리 너머로 상대방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스위스의 홀로그램 전문기업 ‘웨이레이(Wayray)’와 협력 발표를 한 후, 최근 양산차에 탑재되기 시작한 홀로그램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기능이다. 차량의 전면 유리창에 각종 주행 정보가 떠오르고,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수도 있다.
2020년에는 5G 네트워크 상용화로 로봇 원격제어, 자율주행차 등 네트워크의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과거 4G 환경에선 차가 1m 이상 주행한 후 긴급제동 명령을 수신했다. 반면 5G 환경에서는 불과 3㎝도 진행하지 않고 정지신호를 받는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은 김 과장은 회사 근처 빵집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객님을 도와드리는 귀염둥이 ‘클로이’예요.” LG전자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클로이 홈’이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각종 로봇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김 과장 사무실에서도 LG전자 로봇을 한 대 주문해 놨다. 물류창고 직원들은 ‘클로이 수트봇’이란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일한다. 이 로봇을 입으면 힘이 몇 배나 세진다.
업무를 마친 김 과장은 스마트폰으로 TV 드라마를 보며 집에 왔다. 스마트폰 위치정보(GPS)를 감지해 TV, 에어컨, 로봇청소기, 조명 등 집안 기기들이 김 과장에게 최적화된 환경으로 자동 실행된다. 스마트폰으로 보던 드라마 채널이 TV 화면에도 나온다. 저절로 조명이 켜지며 집안을 밝힌다. 무려 370종이 넘는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김 과장 집 한쪽 벽에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예술가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10년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또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