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조정 촉진법(기촉법) 만료로 미뤄진 중소·중견기업 신용위험평가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특히 부실 가능성이 커진 조선·자동차 산업의 중소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다음 달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한다. 정상기업(A등급)부터 경영정상화 가능성 없는 기업(D등급)까지 총 4개 등급으로 나눈다. 부실징후기업(C등급)은 자율협약이나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 등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D등급을 받은 기업은 법원 회생절차를 받아야 한다.
채권은행은 통상 7~10월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6월 신용위험평가 근거가 되는 기촉법이 만료되면서 사실상 평가를 중단했다. 이후 국회가 20일 본회의를 열어 기촉법을 5년 한시로 통과시키면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기촉법은 다음 달부터 부활한다.
금융당국은 기촉법 일몰로 중소·중견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해 세밀하게 평가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어려움을 겪는 조선·자동차 산업 중소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은 부진을 견딜 기초 체력이 있지만 대기업에 종속돼 있는 하청업체는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한 달 전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조선·자동차 산업 협력업체들 매출이 크게 줄어 대출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금문산업을 비롯해 주요 협력사 여러 곳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져 중소·중견기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산업구조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 상반기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 대기업을 연달아 구조조정을 한 것도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최근 기획재정부도 경제정책국을 중심으로 중장기 산업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채권은행은 지난달까지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당시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결과를 집계해 발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검토한 뒤 부실한 점이 있으면 재평가를 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