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논란이 됐던 중고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본격적인 렌터카 사업 확장에 나섰다. AJ렌터카 지분 약 42%를 확보하며 경쟁사인 롯데렌터카를 견제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차량공유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SK네트웍스는 21일 AJ렌터카 주식 935만3660주(지분율 42.24%)를 3000억 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렌터카 업계 재편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올해 초 글로벌 3위 차량 공유업체 '그랩(Grab)'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랩은 동남아판 우버(Uber)로 불리며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 중이다. 이어 국내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에 투자해 말레이시아 진출에 나섰다. 지난해엔 미국 차량 공유 업체인 ‘투로(TURO)’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앞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중고차 사업에서는 손을 뗐다. SK그룹은 지난 1월 중고차 매매 포털 'SK엔카닷컴' 보유지분 전량(50.01%)을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중고차 사업 철수를 시작했다. 처분금액은 2050억 원으로 SK 자기자본의 0.48% 수준이었다.
SK엔카는 1999년 최태원 회장의 비전 프로젝트에 따라 SK의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이어 2000년 12월 별도 독립법인인 엔카네트워크로 분사한 후 2013년 5월 SK C&C에 합병됐다.
이후 SK C&C가 호주 온라인 자동차기업인 카세일즈홀딩스에 지분 49.99%를 넘기며 합작사 형태의 'SK엔카닷컴'을 운영해왔다. 결국 최종 보유지분을 모두 카세일즈홀딩스에 넘기면서 온라인 중고차 사업을 모두 접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26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중고차 유통업체 'SK엔카직영'도 팔았다.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매각 대금으로 2000억 원 안팎을 추정하기도 했다. 결국 중고차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챙긴 4000억 원 넘는 자금은 이 사업을 대신할 렌터카에 집중 재투자 됐다.
SK그룹이 중고차 대신 렌터카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른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됐던 중고차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차량 공유사업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SK네트웍스의 렌터카 브랜드 SK렌터카는 올해 3분기 국가고객만족도지수(NCSI)에서 첫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위였다. 렌터카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판매순위, 선호도, 출고 데이터 등의 차량 구매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 만족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중고차 사업 대신 렌터카 사업을 앞세워 카셰어링과 자율주행 등 미래형 자동차 산업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최근 차량공유서비스, 자율주행 등을 강조하며 이 분야의 사업 의지 강화를 드러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중고차 사업을 영속하기에 부담이 컸던 상황"이라며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할 상황에 렌터카 사업은 차량공유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