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의사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스웨덴이 4.3명, 한국이 2.3명이다. 그러나 중국은 1000명 당 의사 1.8명에 불과하다. WEF는 3억 명에 달하는 중국 내 만성질환 환자를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급증하는 의료 수요에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베이징 등 대도시에선 병원당 하루 1만 명의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위해 찾아온다. 중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 유엔은 2040년이면 중국 내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3억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나섰다. WEF는 AI 진료 분야가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AI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술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중국은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저우에서는 AI를 이용해 백내장을 진단하는 병원이 문을 열었다. AI 진단 기기는 진료 시간이 짧고 많은 환자를 처리할 수 있어 높은 효율이 기대된다. 중국의 자문업체 이오우인텔리전스는 현재 131개의 중국 기업들이 AI 의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AI 의료 활용 방안은 또 있다. 원격 진료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대도시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등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전문 의료진의 진단을 받게 된다. 중국 정부가 ‘건강한 중국 2030’의 목표로 치료를 넘어선 예방 차원의 의료 시스템 조성을 강조한 만큼 AI를 통해 비만 위험군 등을 관리할 수도 있다.
WEF는 AI 의료 기술 개발의 목표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보조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효과적으로 AI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윤리적인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며 스타트업과 학계, 대기업의 3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