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돈의 어원이 정말 ‘돈다’는 말에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어쨌든 돈은 멈춰 있지 않고 잘 돌아야 한다. 돈이 돌지 않고 머물러 있는 상태가 바로 경기 ‘침체(沈滯, 沈:잠길 침, 滯:막힐 체)’이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으려면 공사를 맡긴 측에서는 맡은 측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불해야 하고,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월급을 제대로 지급해야 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도 적시에 이뤄져서 돈이 자꾸 돌아야 한다.
지불과 지급, 다 ‘준다’는 뜻인데 무슨 차이가 있기에 지불과 지급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일까? 지불은 ‘支拂’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가를(나눌) 지’, ‘떨쳐낼(내줄) 불’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갈라 줘(나눠 줘) 떨쳐내다’라는 뜻이다. 즉 줘야 할 돈을 나눠 줌으로써 주어야 할 의무를 떨쳐내는 경우가 바로 지불이다. 이처럼 지불은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라서 지불과 동시에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어 나중에 또 지불해야 할 일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공사대금의 경우는 지불이라고 한다.
지급은 ‘支給’이라고 쓰며 ‘給’은 ‘줄 급’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나눠 줌’이라는 뜻이다. 즉 돈이나 물품 따위를 규정으로 정한 몫만큼 나눠 준다는 뜻으로 1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성을 띠는 급여의 개념이 포함된 말이다. 그러므로 사용자와 고용자 사이에 계약한 다회성(多會性), 연속성의 월급이나 정부가 정한 규정에 의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나눠 주는 보조금은 지급한다고 한다.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환경을 보전하지 않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곧 파괴와 멸망으로 끝나는 1회성의 순간을 맞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급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지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무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