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시행 직후 첫날 반포동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지점에서는 이와 유사한 문의가 오전에만 5건이나 있었다. 반포동이 있는 서초구는 ‘부동산 특별구’ 중 하나로 투기지역으로 분류된 대표적인 곳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반포동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통해 신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종전보다 기준이 강해져 주담대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이 쇄도한 것이다.
이러한 문의가 빗발칠 것을 예상해 은행 본점은 첫날부터 영업점에 긴급 공문을 발송해 직원들 교육에 나섰다. 혼선을 막기 위한 조처였지만, 대출과 관련해 상품도 다양하고 고객별로 경우의 수가 많아 일부 지점에서는 업무가 마비되는 곳도 발생했다. 한 시중은행 마포 지점의 경우 한 시간 반 동안 8건의 부동산 안전대책 관련 상담이 쏟아졌다. 대개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마포구를 포함해 강남과 강동, 송파 등 투기 지역으로 분류된 구에서 문의가 많았다. 강남구 소재 한 영업점에서는 규제 발표 직후부터 전화를 비롯해 방문 상담도 다수 있었다. 조정지역에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예정이었다는 한 고객은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묻기도 해,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다세대, 다가구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고객의 문의도 있었다.
정부 대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부동산 대책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하면서 영업점에서 갈등을 빚은 것이다. 이번 대책을 보면 주담대가 금지된 경우라도 생활안정자금을 필요로 하면 대출이 허용되거나, 이사나 부양가족의 실거주 목적이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등의 예외조항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에 대해 금융당국의 정확한 지침이 마련된 것이 없어 앞으로 관련 문의가 계속될 것으로 은행은 보고 있다.
대출을 포기한 사례도 발생해 정책 효과가 일부 영향을 미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대출 규제로 임대사업자는 LTV 40% 규제를 받는다. 종전에 없던 규제가 생기면서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강남구 소재 영업점을 방문한 A 씨는 “임대사업을 계획 중이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구매하려던 주택 가격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임대 사업 계획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1주택 보유자인 한 고객은 대출을 받아 조정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진행 중이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아 규제를 빗겨가려는 움직임도 일부 보였다. 하지만 2주택자 이상 보유자 전세자금 대출 보증 금지지에는 서울보증보험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로 인해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 센터에서는 세금에 대한 상담이 빗발쳤다. 자산가들은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증가에도 부동산 보유를 유지해도 손해가 없는지를 문의했다. 한 시중은행 PB 담당 직원은 “부동산 대책이 강하게 나오면서 이른 오전부터 고객들이 많은 질문을 쏟아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 집을 팔아야 하는 상담부터 언제부터 종부세가 적용되는지 등 크고 작은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고 전했다. 일반 고객뿐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문의도 많은 상황이다.
반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의 영업점도 있었다. 특히 투기지역으로 분류된 노원역 부근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문의가 거의 없었다. 잠실의 한 영업점은 “중개업소의 문의 전화만 올 뿐 일반 고객 문의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아직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지 않아 조금 시차가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문의가 빗발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