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달 중으로 5G 장비업체를 선정할 것이 유력하다. 이 중 LG유플러스는 기존 LTE 무선 장비와 연동을 이유로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화웨이 장비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5G 품질 구현과 5G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3사를 선정했다"며 "3사가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으며, 투자 비용 등 재무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10월 중 계약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망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이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데는 기존 장비와 연동 효율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G는 도입 초기 LTE 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모드(NSA·Non-standalone)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신속한 망 구축과 관리 안정성 측면에서 LTE 장비를 공급했던 제조사의 제품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LTE 구축 당시 SK텔레콤과 KT는 권역별로 삼성전자(수도권), 에릭슨(경상), 노키아(전라) 장비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는 여기에 화웨이(수도권)까지 총 4개사 제품을 선정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통 3사 중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5G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기존 장비와 연동을 이유로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화웨이를 유력 업체로 언급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큰 기류 변화는 없다"며 "장비업체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LTE 장비를 쓰지 않은 KT는 비슷한 이유로 도입 가능성이 적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데다 '국민 기업'을 내세워온 만큼 중국산 장비로 5G 상용화를 한다는 비판 여론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T 관계자는 "KT는 세계 최고 수준의 5G 네트워크 제공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5G 장비 공급업체를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SK텔레콤 역시 표면적으로 장비 품질을 내세웠지만, 비판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1등 이통사에 기업, 기관 고객이 많아 내부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에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화웨이 장비의 앞선 기술력과 가격을 고려할 때 이통사들이 무조건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국내 전국망 대역인 3.5㎓(기가헤르츠)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쟁사보다 1분기 이상 빨리 개발된 데다 숱한 성능시험을 거치며 안정성을 확보했고,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보안 논란이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2012년 미국에서 화웨이의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화웨이는 사실상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호주 정부도 최근 5G 사업에 화웨이의 참가를 금지했고, 일본 정부 역시 정보 유출을 우려해 화웨이 장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