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성장동력, 어떻게 살리나

입력 2018-09-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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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1분기 1.0%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0.6%로 떨어졌다.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은 더 어둡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3대 축인 투자, 소비, 생산이 모두 부실하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5.7%나 감소했다. 민간소비와 생산증가율은 0.5%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현 추세로 가면 정부가 최소한의 목표로 낮춰 잡은 경제성장률 2.9% 달성도 물 건너간다. 더욱이 2분기 국민이 벌어들인 총소득이 1분기보다 1.0% 감소했다. 그만큼 국민이 가난해졌다.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유가 등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상황과 교역조건이 더 나빠지면 경제성장률과 소득증가율의 동반하락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면 경제가 회생이 어려운 추락의 함정에 빠진다.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54조 원의 예산을 편성해 고용과 소득창출에 매진했다. 그러나 효과는 참담하다. 30만 명이 넘던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달 3000명으로 줄었다. 지난 2분기 상위 20% 계층 소득과 하위 20% 계층 소득의 비율이 5.23배로 늘어 빈부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이다.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증이라고 설명한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향후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소득이 감소할 경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허구로 끝날 수 있다. 그러면 실업난과 빈부 격차가 극도의 상태로 치닫는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삶을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복지정책의 확대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어 세수 증대가 어려울 경우 정부의 복지정책도 실패한다.

세계각국이 미래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통해 기존의 제조업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등을 접목하는 스마트 공장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산업정책을 수립하여 정보통신, 우주항공, 로봇, 신소재, 바이오 등 10대 첨단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초스마트 사회를 실현하는 ‘소사이어티 5.0’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산업혁신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내리는 등 획기적인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는 세금을 투입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소득주도성장에 갇혀 스스로 무너지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여기에 포용적 복지정책까지 나와 경제가 어떻게 감당할지 모른다.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근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혁신성장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중국제조 2025’나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같은 미래 산업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창업과 투자를 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예산을 산업구조조정과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벤처와 중소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과 산학 연계 교육을 강화해 근로자들을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노동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최고 경제 강자’로 만든 것이 하르츠 개혁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노조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허용하는 윈윈의 노사 대타협이 하르츠 개혁의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내용의 노사 대타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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