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이렇게 저렇게 벅찬 하루

입력 2018-09-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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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부님이 여행을 강력하게 권하시면서 “가슴이 떨릴 때 여행해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된다”라고 하신 말씀은 늘 내 귀에 살아 있다. 가능한 한 그 말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에 나는 다리보다 눈[眼]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 같다. 그 경이로운 더위 속에서도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늘이 파랗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 주는가 하면 그 안에 흰 구름은 어느 화가 못지않게 찬란한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지금은 잊어버린 연애시절의 설렘 같은 것이 분명 있었다. 그리움도 목마름도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면 거기 언제나 하늘은 천재 화가들의 화폭이었다. 아! 아! 아! 나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살았다.

행복해서 모든 것이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이겨내야 할 여러 가지 감정적인 걸림돌 앞에서 역설적으로 찾아낸 풍경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 말 못할 통증들이 가슴을 훑었지만 그런 어두운 감정 때문에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이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이 찾아야 할 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하루에 우리가 무상으로 보는 풍경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새벽의 어스름, 그것을 우리는 여명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분명 청색이다. 한마디로 청색이라는 표현은 사뭇 미온적인 무슨 여리여리한 속삭임 같은 소리의 빛깔로 스며온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못 보는 보물이다. 신선하고 서늘한 그 어스름 청색은 하루의 시작으로 인삼 한 뿌리보다 좋다.

그다음이 동터 오르는 붉은 빛이다. “붉다”라고 한마디로 끝날 수 없는 울음 빛 같기도 사랑의 빛깔 같기도, 아니 희망의 빛깔 같기도 한 것이다. 해가 떠오르면 그 환한 빛 또한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빛깔로도 바라보지 않는 화려함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늘의 그 도도한 그림을 보는 것이다.

지난여름 그리고 초가을, 나는 수화(手話)가 아니라 안화(眼話)라고 할 수 있는 눈의 대화를 하늘과 참 많이도 했다. 실시간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하늘은 모든 것을 잊고 행복하게 잠들게 한 은인이다. 그 어떤 것을 말해도 부끄럽고 검은 속을 탕탕 털어 놓아도 친절하게 답을 주며 날 위로했던 벗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뿐인가, 우리는 하늘의 마지막 어스름 청색을 저녁에 다시 본다. 그다음에 통곡처럼 짙게 빨갛게 붉어지는 노을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하루 동안 먼 빛의 산자락, 검푸르고 짙푸른 생명의 원동력을 주는 나무들, 그 위를 나는 새들의 날갯짓을 무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저녁을 부르는 어둠의 빛을 본다. 흔히 우울하다, 따분하다, 지루하다, 재미없다고 말하지만 하루가 주는 선물은 누구에게나 너무나 많다. 거리에서 쪽파를 파는 할머니에게 눈인사 한 번도 우리를 아름답게 하며 껌딱지 하나 떼어 쓰레기통에 버려도 아름다움을 체험한다. 황홀한 풍경에다 사람들의 따뜻함까지 만들어 낸다면 우리 생은 그렇게 따분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지금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즐기자. 그리고 그 존재들을 알아주자.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을 내팽개치는 일도 범죄이지 않겠는가, 감히 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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