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전쟁 압박에 미국 기업에 추파…보복 대신 투자 유치

류허 부총리 “미국 기업 중국 사업, 보복 대상 아냐”…왕치산 부주석, 금주 월가 대표들과 회동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경제적 압박이 커지자 자국서 사업을 벌이는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투자를 유치하고자 애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국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대신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전쟁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중요한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당국의 태도가 변화한 것이라고 중국 관료를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추파’를 보내면서 보복 대신 투자 유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제를 담당하는 류허 부총리는 지난달 미국 기업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이 당국의 대미 보복 조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중이다. 엑손모빌이 중국 남부에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가운데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가 7일 광둥성에 건설 예정인 석유화학 시설 부지를 둘러보고 리커창 총리와 회담을 했다. 이 모습은 중국 전역에 TV로 방영됐다. 석유화학단지가 완성되면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가 될 전망이다. 광둥성 석유화학단지는 엑손모빌이 100% 소유한다.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이번 주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블랙스톤그룹 등 월가 거물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사업이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왕 주석의 주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관세를 표명한 몇 달 전과는 다른 태도다. 당시 왕 부주석은 미국 기업인들에게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을 몰아붙일 것”이라고 관료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미래를 결정할 경제와 투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전략이 바뀐 것이다. 윌리엄 자릿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약 2%만을 차지하고 있으나 중국 기업이 기술과 관리 노하우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딜(Deal)이 많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텔, 항공분야 등이 그 예다. 중국은 항공기를 보복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보잉 등에서 항공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 엑손모빌의 사업도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자국 기업의 역량을 넘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외국 기업에 전액 출자 프로젝트를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공급망이 중국에 있는 한 누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지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타결을 위해 정부에 로비할만한 미국 기업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무역을 지지하고 개혁·개방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도 미국에 대한 개방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보복을 포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가 중국의 대미 수입 총액과 비슷한 수준에 육박하면서 중국은 양적으로 동등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600억 달러의 보복 관세를 발동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WSJ는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가 질적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