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현대차 측의 지배구조 재추진을 앞두고 다시 압박을 시작했다.
7일 블룸버그통신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주주 가치 제고와 그룹 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핵심 계열사를 합병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했다. 새 정부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 가운데 하나인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엘리엇을 포함한 다국적 의안전문기관의 잇따른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한을 통해 모비스의 AS부문을 글로비스 대신 현대차와 합병하고,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글로비스와 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전체사업을 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었다.
엘리엇은 이같은 제안과 함께 현대차그룹에 구조개편안을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의 중요 사안에 대해 전체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와 공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엘리엇이 단순한 주주 역할을 넘어 무리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엘리엇의 제안은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고, 현대차의 지배지분을 보유하게 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게 보낸 서한에 "이번 제안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룹의 장기적 전략을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앞서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모든 주주가 아닌 엘리엇과의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도 위법하다. 사실상 회사의 특정 결정 사항을 일부 주주에게만 알리는 셈이된다. 여기에 엘리엇이 제안한 합병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스의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올 초 지배구조 개편에 한번 실패했던 현대차가 4분기 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현대차그룹의 재추진을 앞두고 엘리엇 측이 선제 압박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