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지난달 중순부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8월 한 달간 터키 리라화는 40% 가까이 급락하며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기준금리를 60%까지 올리며 경제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가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남아공도 10년 만에 첫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신흥시장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클 핸리 WEF 이사회 임원은 신흥국 경제 부진의 원인이 미국의 정책 집행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눈부신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감세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증권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0년간의 저금리 정책을 깨고 올해 들어 2차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제 성장은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발을 빼는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었다.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져 미국 경제의 투자 흡인력은 더욱 강해졌다. 핸리 이사는 “무역전쟁의 결과가 무엇이든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신흥 시장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게 한다.
네 신흥국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국가 부채를 과도하게 외국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7월 경상수지 적자가 20억 달러(약 2조2426억 원)를 넘어섰고 GDP의 35%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외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높은 해외부채는 국내 경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아르헨티나는 무리한 복지 정책에 더해 올해 초 50년 만의 가뭄이 발생해 옥수수와 대두 등 수출용 곡물의 작황이 좋지 않아 2029억 달러의 대외부채를 떠안게 됐다.
신흥국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지난해 기준 63조 달러를 넘어선 부채다. 국제금융전문가 사티야지트 다스에 따르면 중국, 남아공,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50%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상환 능력이 앞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핸리 이사는 “앞으로 몇 달간은 신흥 시장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