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국의 경제구조에 대한 간단한 요약이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결국 주력산업인 제조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과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월 국내 8대 주력산업의 위기 요인과 해법에 대한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UNIDO(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의 CIP(주력제조업성과)지수를 보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중국에 앞섰던 한국은 2015년부터 중국에 추월당했다. 중국은 2005년 세계 17위에서 2010년 6위로 올라섰고, 2015년에는 한국과 미국을 제치고 3위로 부상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09~2014년 4위를 유지했지만 2015년에는 5위로 떨어지면서 중국보다 낮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제조업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으로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꼽힌다. 하지만 한국의 R&D 투자는 2016년 기준 69조4000억 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증가 규모를 봐도 연평균 10.6%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2000년의 13조8000억 원 대비 5배 늘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중도 2000년 2.2%에서 2016년 4.2%로 급증했다. 국가별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을 비교해도 한국은 이스라엘(4.3%)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높다.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중이다. ‘투자의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기술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무역수지(기술수출액에서 기술도입액을 뺀 금액)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5년 기준 6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419억 달러), 일본(276억 달러), 독일(181억 달러) 등 주요 제조업 강국은 큰 폭의 흑자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R&D 투자 효율성이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배경으로 ‘경제산업 구조의 낙후성’을 지목했다. 효율성·기술력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 중심의 물량 투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연구실장은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25.5%에 불과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분석대상 31개국 중 25위 수준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잠재성장률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친 중국 의존도 △노동시장 경직성 △규제환경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주 연구실장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정책의 ‘리부팅’(재시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장과 복지 어느 한쪽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의 딜레마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산업 활력이 사라지면 성장정책이든 분배정책이든 소요되는 재원이 부족해진다”면서 “경제정책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