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제3인터넷은행 허용에 필요한 국회의 입법안을 기다린다며 한 발짝 물러서 있지만 사실상 도전 가능성은 가장 크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디지털 금융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제3인터넷은행 참여에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향후 정보통신기술( ICT) 기업과의 협업이 최대 관심사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제3인터넷은행 추진과 관련해) 검토는 하고 있는데 결과는 못 받았다. 아직 협의할 것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특례법 통과를 전제한 답변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입법 합의가 시간 문제인 것을 고려하면 추진 의지는 명백한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통과된 법안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추진 방식이다. 농협은행의 지주사인 NH농협금융지주는 인터넷은행에 발을 담그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은행이 이번에 참여하면 농협금융지주는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에 진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지주사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단순히 인터넷은행의 지분 확보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융업계에서 디지털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으로 제3인터넷은행에 참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인터넷은행은 ICT 기업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인터넷은행은 핀테크 주력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혁신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네이버와 SK텔레콤 등이다. 다만 농협은행 측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ICT 기업이 지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체계에서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최대 4% 보유하는 데 그쳐 ICT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가 늘어나는 은산분리 완화 규제 통과도 면밀히 지켜보는 이유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9~10월 중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 제3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후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돼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하지만 최근 계속해서 합의가 불발되면서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여야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