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곡소리가 가득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인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해,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시장의 하소연에도 정부는 ‘신사업을 열어줄 테니, 거기서 활로를 찾아라’란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판매자 1000억 원ㆍ개인택시 150억 원 부담 경감” = 최근 당정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카드 수수료 완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영세 사업자의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은 2% 안팎으로 내려간다. 개인택시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율도 1%로 인하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온라인 판매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약 1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인택시 사업자 16만 명은 연간 150억 원, 1인당 10만 원 내외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덜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원 대책이 발표되자, 카드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개 과제 중 7개가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3년마다 조달 금리와 운영ㆍ관리 비용을 따져 수수료를 재산정한다”며 “내년 재산정을 앞두고 현재 적격비용을 따지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려 버리면 카드 수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부담은 업권별 맞춤 수수료 방안이다. 당정은 편의점 점주들의 요구에 담뱃세 인상분의 매출 제외를 논의 중이다. 애초 이번 지원 대책에 담으려고 했지만, 형평성 논란이 커지면서 연말로 결정을 미뤘다.
이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산정에서 담뱃세 인상분을 제외하면 유류세, 주세 등 다른 업종에서도 같은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며 “적용 업종은 물론, 인하 폭을 두고서도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년간 9번 수수료 인하… “명백한 정책실패” = 카드사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2007년 이후 카드 수수료율을 9차례 인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2012년부터는 3년마다 수수료를 재산정하고 있지만, 우대 수수료율은 감독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어 사실상 매해 내리고 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해 왔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는 ‘자영업 수익성 보전→카드 수수료 인하’란 정부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바용을 비롯해 관리비, 조달 비용까지 고려하면 역마진까지 우려된다고 말한다. 카드사 곳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줄게 되면, 할부 금융이나 단기대출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손익률은 2013년 9.9%에서 지난해 7.9%로 떨어졌다. 여기에 고양페이ㆍ경남페이 등 ‘제로페이’까지 등장하면서 카드사들의 먹거리마저 뺏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고객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입이 감소하면 카드 부가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이 같은 목소리를 의식한 듯 수수료 부담을 정부와 사용자가 함께 분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회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적격비용 산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이 진행 중으로 연말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업계, 원가분석 전문 공인회계사, 중기부 관계부처 같이 참여해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 2007년부터 이미 10차례 수수료가 인하됐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카드사도 동참해야 하지만 신용카드사에만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