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무거운 침묵 속에서 진에어 면허 취소 여부 결정 브리핑을 지켜보던 진에어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에어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위로하듯 서로를 향해 축하인사를 보냈다.
기쁨도 잠시, “항공 면허를 유지하는 대신 진에어의 경영 행태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제재 방안을 유지할 것”이란 국토부의 발표 내용이 전해지자 직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전횡 근절을 위한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더니 진에어 면허 유지의 대가로 총수 일가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또다시 진에어를 볼모로 잡겠다는 심산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국토부는 이번 제재 방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LCC(저가항공사)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인데, 실질적으로 해당 분야의 사업을 제한하는 것이라 대한항공 입장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이번 제재가 진에어가 아닌 대한항공, 나아가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보다 큰 문제는 이번 제재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 제재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진에어는 갑질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애초 관리 감독에 제대로 나서지 못해 문제를 키운 국토부는 이번 갑질 사태와 관련한 공범자라는 지적이다. 진에어 직원들이 이번 제재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이에 진에어도 국토부 발표 직후 “국토교통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입장 발표에 나섰다가 다시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바꾸는 등 국토부의 일부 제재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에어 노조도 “오너가 밉다고 건실하게 수익 내던 회사를 갑자기 없애려 하고, 앞으로도 계속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갑질”이라며 “국토부가 모순된 법을 억지로 적용해 직원의 생계를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토부는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다음 달 중 ‘내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국토부가 실시할 ‘내부 감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칼피아(KAL+마피아)’ 논란이 불거졌을 때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국토부 감독관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한 대한항공 임원과 박창진 전 사무장을 함께 조사하는 등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온갖 편의를 봐주고 수사 자료까지 유출했다. 이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국토부는 당시에도 ‘내부 감사’를 약속했다. 이후 국토부는 약속대로 특별 자체감사를 벌이긴 했으나, 오히려 ‘셀프 면죄부’를 내리며 일을 마무리 지었다.
불필요한 가정이지만 만약 당시 국토부에 대해 엄격한 ‘관리·감독’을 했다면 이번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 사태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번에야말로 국토부가 얼마나 제대로 된 반성과 대책을 내놓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