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도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좋아할 수만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10%)과 우리은행(13.79%)이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은 제3 인터넷은행 지분 참여 여부를 놓고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 모두 겉으로는 ‘은산분리’ 완화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규모의 차이가 크고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분명히 경쟁자다. 정부의 뒷받침을 받는 인터넷은행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인터넷은행에 고객을 빼앗기는 것이니 탐탁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은산분리 완화에 “공약 파기”라고 나선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관련 노사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마냥 두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제3 인터넷은행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은행에 조금이라도 투자하고자 한다. 은행은 정부 승인을 받아 출범하는 독과점 내수산업이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장래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망하는 것을 본 적 있느냐”며 “인터넷은행의 성장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을 키우려는 정부 생각도 반영됐다. KT가 대주주인 케이뱅크의 경우 금융 관련 전문성이 없어 우리은행의 도움이 절실하다. 실제 우리은행에서 파견한 직원 30여 명이 건전성 등 은행 업무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에 인터넷은행을 잘 살펴보라고 우리은행을 넣은 것이 아닐까 싶다”며 “은행으로서는 잘돼도 득을 보기 어렵고, 안 되면 욕먹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은행 관계자는 “사실 인터넷은행의 중심은 IT기업”이라며 “적은 지분을 투자하는 은행이 이슈의 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