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광복(光復)한 날이다. 광복(光復)은 동진시대의 장군 환온(桓溫)이 서진시대의 수도 낙양을 수복하자는 건의에서 ‘광복구경(光復舊京)’이라는 말을 한 것이 그 처음 용례이다. ‘빛 광’, ‘회복할 복’, 잠시 손상당한 나라의 빛을 회복한다는 뜻이다. 《진서(晉書)》 〈환온전(桓溫傳)〉에 기록이 있다. 그런데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이날을 ‘전승기념일’이라고 한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1919년 상해에 임시정부를 세우면서부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1940년에는 대한민국 정규군으로서 ‘광복군’을 조직하였다. 광복군은 1943년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연합군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승리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도 중국이나 대만처럼 전승기념일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해방은 ‘解放’이라고 쓰며 ‘풀 해’, ‘놓을 방’이라고 훈독한다. ‘풀어 놓아 준다’는 뜻의 타동사로서 ‘링컨이 노예를 해방하다’라는 용례에서 보듯 ‘노예’라는 목적어를 갖는다. 따라서 우리가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한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풀어 놓아줌’의 은혜를 받은 노예가 되고 만다. 해방, 다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해방’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군대 이름도 ‘인민 해방군’이다. 공산혁명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의 착취로부터 인민을 해방하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해방을 강조한다. 우리의 경우와는 판이한 의미이다.
광복절은 광복절일 뿐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한 날도 아니고, 일본이 ‘풀어 놓아준’ 날도 아니다. 나라의 빛을 회복한 ‘광복’의 날일뿐이다. 당연히 광복절이라고 불러야 하고, 언젠가는 ‘전승기념일’이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