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국장 면세점 허용 ‘급물살' 속 “국민편의 신장” vs “제로섬 게임” 공방

입력 2018-08-14 10:09 수정 2018-08-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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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면세점 시장 판도 변화가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해 관계가 걸린 업계와 정부 부처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돼온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내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 비해 해외 소비만 늘자 입국장 면세점을 통해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작년 4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4000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나 증가했다.

실제로 아시아지역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의 국제공항은 잇따라 입국장 면세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점 19개소를 신설하는 것을 승인하고 베이징 공항 등 4곳에 입국장 면세점을 열었다. 일본도 지난 4월에 입국장 면세점 허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적용해 올 9월 나리타 공항에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 설치 운영 국가는 73개국, 137개 공항이며 그 중 아시아는 29개국, 58개 공항에 달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국민의 지속적인 설치 요구와 해외 추세에도 불구 관련 부처와 기존 업계의 반발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라는 대통령의 당부에 SM 면세점을 비롯한 중소·중견 면세점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생존위기에 몰린 중소중견 면세점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로 공항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업기회 확대나 소비자 편의 등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 설립이 출국장 면세점 매출 감소를 불러오는 제로섬게임일 수 있고 △중견중소기업의 면세점 운영능력이 높지 않아 고객 유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부담도 크다는 등의 이유를 꼽는다. 대기업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유통 채널 파이를 나눠먹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보다는 입국장 인도장(구매한 면세물품을 찾아가는 곳)을 만들거나 현재 600달러인 1인당 구매한도 증액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기내 면세점 매출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는 대형 항공사들도 불편한 기색이다. 기내면세점 매출 규모는 연간 3300억 원 규모이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청도 해외반출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인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소비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부정적이었다. 이에 비해 개항 초기부터 부지를 비워놓고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적극 추진해온 인천공항공사는 화장품,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하는 입국장 면세점을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에게 맡긴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 발생한 ‘면세품 인도장 대란’ 같은 입국장 인도장의 혼잡 문제, 이해 관계자와의 이견 조율 등 선결해야 할 난제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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