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는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시장 규모는 5조1000억 달러(약 5783조4000억 원)에 이르며 달러화는 세계 거래의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유금 10조4000억 달러 중 62.5%가 달러화다. 유로화의 비중은 20.4%에 불과하다. 미국 자본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적이며 자금을 투자받으려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시장이다. 달러 환율은 금융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로 언급된다.
미국은 최근 글로벌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무역전쟁 등은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경제의 파괴자가 된 순간에도 달러 자산은 매력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비교적 안전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달러화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는 2분기에 유로화 대비 5.5%, 엔화 대비 4.2% 상승했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브라질 헤알화 대비 17%,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대비 16% 올랐다. WSJ는 달러의 급격한 상승이 경제와 산업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성장세를 보인 반면 다른 국가의 경제는 예상치 못한 달러 강세로 휘청였다.
문제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 신흥국 시장의 금융 여건이 악화한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자금 유출을 막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통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화 채무 상환 부담도 커진다.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신흥국 시장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도미노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최근 터키 리라화를 비롯한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의 붕괴는 글로벌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0일에 이어 이날도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터키 경제와 관계가 깊은 유로화가 동반 하락했다. 10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9%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위안화 약세도 신흥국 통화 연쇄 하락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도 걸림돌이다. 최근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2분기 4.1%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 매출의 달러 환산 가치가 낮아져 미국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WSJ는 S&P500 기업들이 달러 강세가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