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에 안착하며 3주일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이틀째 급등하며 1030원에 바싹 다가섰다. 이 역시 4개월 보름만에 최고치다.
터키 리라화 폭락에 따른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장을 지배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폭락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3%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추가 상승은 제한되는 분위기다. 1130원대 중반에서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매도)가 활발했던데다 터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하면서 필요한 모든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수출업체 네고가 활발하지만 외부요인에 원·달러가 휘둘리고 있다는 점에서 역부족일 수 있다고 봤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1140원을 넘볼 것으로 예상했다. 주간 고점은 1140원 내지 1145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1132.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36.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또한 전달 24일 장중 기록한 1137.4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저점은 1129.7원으로 장중변동폭은 6.8원을 보였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10.25원 급등한 1027.83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26일 1029.23원 이후 최고치다. 원·엔 환율은 전장에도 11.18원이나 급등해 6월25일 12.85원 급상승 이후 한달보름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역외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9.0/1129.5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0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까지 장을 주도하던 것이 달러·위안화였다면 지금은 터키 리라화와 러시아 루불화 등 신흥국 통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통화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기 보다는 유로존에 가깝다는 점과 유로존 익스포져 문제로 유로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게 글로벌 달러에 그리고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장중 연고전 경신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1130원대 중후반에서 수출업체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추가 상승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달러가 내부 문제보다 외부적 이슈에 휘둘리고 있다. 터키와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끝나지 않은 미중간 무역전쟁 등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또 이들 이슈로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리스크오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주 1140원이 고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터키 이슈로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 다만 중중 위안화 급등세가 잦아들고 터키 중앙은행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승폭을 줄였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원·달러는 당분간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방경직성은 있을 것으로 보이나 1020원과 1045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46분 현재 달러·엔은 0.56엔(0.51%) 떨어진 110.31엔을, 유로·달러는 0.0023달러(0.20%) 내린 1.1398달러를 기록 중이다. 역외 달러·위안(CNH)은 6.8751위안과 6.8826위안 사이에서 호가되고 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장대비 0.0234위안(0.34%) 올린 6.8629위안에 고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5월31일 6.8633위안 이후 1년3개월만에 최고(절하)치다. 아울러 3일(0.0380위안, 0.56%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렸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4.34포인트(1.50%) 급락한 2248.4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4일 2241.24 이후 1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코스닥도 29.16포인트(3.72%) 폭락한 755.65를 보였다. 이 역시 작년 12월21일 740.32 이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달 23일(34.65포인트, 4.38% 폭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