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미친 집값’, 무역전쟁이 잡을까

입력 2018-08-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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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둔화하면 부동산 구매 심리 약화…공급 증가와 신기술 도입도 영향

▲홍콩 빅토리아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홍콩 경제가 둔화하면서 ‘미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빅토리아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홍콩 경제가 둔화하면서 ‘미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AP연합뉴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미친 집값’으로 불리는 홍콩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집값을 끌어내릴 요인 중 하나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언급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현지시간) UBS가 홍콩 주택 가격이 향후 17개월 동안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UBS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경제 및 고용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홍콩은 미국과 중국의 투자 허브 역할을 한다. 이에 외국 바이어들이 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 중심지 역할이 약해지면 외국 바이어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집값이 하락하게 된다.

올해 홍콩 경제는 호조세를 보였으나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UBS는 “무역전쟁으로 중국과 홍콩 경제가 둔화하면 부동산 구매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997, 1998년에도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보고서는 “지난 경기 침체기 취업 시장 상황의 변화, 특히 고용 보장 수준이 신규 부동산 구매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심화하면 홍콩에서 운송과 재정, 보험 및 기타 전문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UBS는 “무역전쟁이 지속한다면 각 산업 부문의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요인들도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 추세에 홍콩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전날 홍콩 씨티은행은 10여 년 만에 주담대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이날 HSBC은행과 중국은행, 항셍은행 등 홍콩 주요 은행들도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주택 공급도 늘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16년 만에 사전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신규 아파트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비어있는 아파트를 줄이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면서 새 아파트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기술 개발도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필리핀 최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등극한 ‘레볼루션프리크레프트’는 단기간에 건설이 가능한 조립식 주택을 개발했다. 60~90일이면 집을 지을 수 있다. 홍콩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SCMP는 소개했다.

최근 홍콩은 조립식 컨테이너 주택을 사용하는 공공주택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내년 9월께 첫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저렴한 공공 주택에 입주하기까지 5년을 기다려야 했다. SCMP는 이러한 조립식 주택은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아시아 주요 경제권에서 전통적 주택보다 저렴하고 빠른 대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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